부적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주로 쓰는 부적은 퇴귀부다. 부적을 칠 때는 나의 사주를 보고 길일에 맞춰 만든다. 그날이 되기 한참 전부터 준비를 해둬야 해서 만드는 건 까다롭지만, 이게 아니면 먹고 살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 보통 2주 정도 부정한 것을 보지 않고, 일주일 동안 냄새나는 것이나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데,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부모님께서 내가 어릴 때 가르쳐 주셨다. 그래도 선조께서 써놓은 책의 내용은 거의 따르는 편이다. 현대에 와서 지킬 수 없는 것은 빼놓지만 말이다. 가령 부적을 칠 때, 닭의 목을 쳐서 피를 이용한다던가….
오늘은 자시가 되기 전에 부적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일단 거실 청소부터 먼저 한다. 부적을 쓰는 곳은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 위에 쌓인 먼지를 털고 바닥을 깨끗하게 닦는다. 아인도 아무 말 없이 내가 청소하는 것을 돕는다. 그는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 청소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평소에 그가 청소를 잘 해줘서 그렇게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이미 전날 목욕재계는 했기에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냉수로 얼굴과 손, 발을 씻고 옷을 정갈하게 갈아입는다. 우리 집안은 특정한 신을 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보통 퇴마사들은 부적을 치기 전에 신단에 대고 기도를 한다는 데 그건 생략한다.
거실 탁자에 라이터와 초를 꽂아둔 촛대 두 개, 누런 괴황지 뭉치, 덩어리진 경면주사를 담은 그릇, 주사를 갈기 위해 쓸 흰 막자사발, 녹각액을 대신할 참기름, 벼루, 족제비 털로 만든 가는 붓, 침향이 섞인 선향, 동으로 된 향로, 정수, 즉 깨끗한 물을 담은 그릇을 얹어놓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여기에 금분을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일회용 소모품에 쓸 수는 없어서 빼놓는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앉아있다가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후 11시 30분이 다 돼서 거실의 전등을 끈 뒤, 라이터로 초를 켠다. 그리고 동쪽을 향하여 깨끗한 물을 놓고 주문을 외우며 분향한다. 물론 분향하기 전에 창문을 여는 건 잊어버리지 않는다.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향을 피우는 건 건강에 안 좋기 때문이다.
"道由心合 心假香傳 焚香玉爐 心注仙願 眞靈下降 仙佩臨軒 今臣關告 逕達九天 所啓所願 咸賜如言 (도유심합, 심가향전, 분향옥로, 심주선원, 진령하강, 선패임헌, 금신관고, 경달구천, 소계소원, 함사여언)"
분향을 하다 보니 향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운다. 분향을 마치고 다시 정수를 담은 그릇을 바라보며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멈추지 않으며 주문을 외운다.
"天一生水 地六成之 一六旣令 五行乃基 吾今巽動 穢逐塵飛 (천일생수, 지육성지, 일육기령, 오행내기, 오금손동, 예축진비)"
주문을 끝내고 숨을 물이 담긴 그릇에 내쉰다. 이제는 괴황지 뭉치에 주문을 외울 차례다.
"楮玉之英 天地生成 龍章鳳篆 資之以陳 符飛迅速 遍歷靈天 (저옥지영, 천지생성, 용장봉전, 자지이진, 부비신속, 편력영천)"
다음은 붓을 들고 주문을 외운다. 이걸로 붓을 정화한다.
"神筆揚揚 萬古傳方 今吾書篆 飛召千方 雲輿飇馭 速降靈場 (신필양양, 만고전방, 금오서전, 비소천방, 운여표어, 속강영장)"
이어서 주사 덩어리를 담은 그릇을 들고 주문을 외울 차례다.
"神墨靈靈 通幽達冥 松君效職 蘭友凝馨 仙眞降格 速駕雲昇 (신묵영령, 통유달명, 송군효직, 난우응형, 선진강격, 속가운승)"
나는 여기까지 외우고는 한숨을 내쉰다. 집중하는 걸 잠시 멈추고 옆을 돌아보니 아인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다. 나는 조용한 게 도와주는 거로 생각하곤 다시 부적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일단 주사를 막자사발에 넣고 천천히 힘을 주어 갈아서 가루를 낸다. 이건 위험한 물건이니까 가루를 낼 때는 들이마시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 주사 가루를 벼루에 조심해서 붓고 참기름을 섞어 적당한 농도를 만들어 준다. 드디어 종이에 글을 쓸 차례다. 나는 붓에 주사를 묻혀 주문을 외우며 괴황지에 부적을 친다.
"玄女元君 普化十方 禱無不應 求無不通 三敎之內 育合之中 順命者吉 (현녀원군, 보화십방, 도무불응, 구무불통, 삼교지내, 육합지중, 순명자길)"
한 장을 다 쓰곤 다른 주문을 외운다. 이것까지 외워야 쓸 수 있는 부적이 완성되는 것이다.
"太乙靈陽 紫氣煌煌 精嚴院宇 紛飾占堂 吾今書化 飛召千方 (태을영양, 자기황황, 정엄원우, 분식점당, 오금서화, 비소천방)"
드디어 한 장을 다 쳤다. 나는 이걸 자시가 끝날 때까지 괴황지에 부적을 치는 때마다 반복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휴대전화의 알림이 울린다. 어느새 새벽 1시 30분이 됐다. 일어나서 거실의 전등을 켜고 한참 타고 내려간 촛불을 끈다. 아인을 쳐다보니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다. 나는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던 게 왠지 걱정돼서 그에게 물어본다.
"저기, 괜찮아요?"
"응. 괜찮아."
"진짜 다리 안 저려요?"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일어선다. 다리를 접었다가 폈다가 하는 게 아무래도 저려 보이는데…. 일단 그가 괜찮다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져서 쓴 부적을 보관하는 나무 상자에 넣으며 물어본다.
"아인은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왜 그러는 거예요?"
"내가?"
"네. 밥 먹었냐는 질문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잖아요?"
내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혹시 본인은 깨닫지 못한 걸까? 아무래도 이 질문의 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멋대로 짐작해 보자면 그가 떠돌이 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밖에서 남의 도움 없이 살려고 하면 자연스레 불편한 것을 참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오래 집중하고 있었는데 피곤하지 않아?"
"…. 자주 하는 거라 괜찮아요."
나에게 이 일은 길일이 다가오면 당연히 하는 일이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으면 필요할 때 부족한 것이다. 확실히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아서 피곤하긴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
"전 이만 들어가서 잘게요."
"그래, 잘 자."
그런데 그의 걱정에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아 잔다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급하게 들어온다. 뒷정리를 안 했다는 게 방에 들어오고 나서 떠올랐지만, 다시 나갈 용기는 나지 않아 전등을 끄고 그대로 침대에 눕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니 오늘따라 잡다한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안 계셨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내가 7살 때 일이었던가? 내가 지금 17살이니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그때 나는 유치원을 다니던 꼬마였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조금은 엄하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 하셨던 분이었고, 어머니는 나에게 한없이 자상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아주 단편적으로밖에 남아있지 않다.
부모님 생각을 하다 보니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옛날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우리 집안은 저주를 받은 집안이라고 한다. 옛날에 조상님께서 어떤 요괴와 한참을 싸웠는데, 잡기 직전에 그 요괴가 도망갔다고 한다. 요괴는 조상님한테서 벗어나며 '너희 집안에는 대대로 한 명만이 술력을 타고 태어날 것이고, 아이가 태어나면 나머지 인간들의 술력은 없어질 것이다. 어린아이인 너의 후손은 자신의 몸을 지키지 못하고 공격을 받겠지. 그리고 너는 그걸 아주 오랫동안 보게 될 것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 이후에 아이가 태어나자 정말로 조상님의 술력이 몸에서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고 했다.
그 전설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언제나 부적을 하나 지니고 다니게 하셨다. 그 부적이 힘이 없는 나를 지켜줄 거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어린 나는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가지고 가는 걸 잊어버릴 때마다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큰일을 당해도 지켜주기 어려웠기 때문이었겠지. 전설대로라면 아버지도 내가 태어나던 그때, 나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지킬 힘을 잃어버리셨을 테니까….
아직도 눈을 감으면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던 때가 뇌리에 선명하다. 그날도 평범하게 유치원에 갔다가 통학차를 타고 돌아왔는데, 아무도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조금 기다리던 유치원 선생님이 내 손을 잡고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어릴 때 나는 어떤 2층 주택에 살았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살던 집이 입구부터 난장판이 돼 있었다. 선생님은 내 손을 놓고 안을 살펴보러 먼저 들어갔는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찢어지는 비명을 들었다.
그 상황에 겁이 났었지만 혼자 있는 것이 더 무서웠던 나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었다. 철로 만들어진 정문이 뜯겨 나가 있었다. 그 문을 지나 부서진 현관문을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집 안은 바닥에 깨진 유리가 깔려있고 물건들이 박살이 나 있는 상태였다. 벽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할퀸 자국이 있었다.
참혹한 광경에 어린 나는 아연실색하며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었다. 난장판이 된 거실을 지나 주방 근처를 갔을 때, 무언가 강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바닥에는 새빨간 물이 흥건했었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어머니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곤, 보자마자 '엄마!'라고 외치며 어머니에게 달려가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딱딱하고 차가운 어머니를 만져서 나도 모르게 뻗은 손을 눈앞으로 향했는데, 내 양 손바닥은 축축하고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나를 감싸 안으며 눈을 가렸다. 처음에는 놀랐었지만, 이윽고 그게 선생님이란 걸 눈치챘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내 눈을 가리며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인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도 괜한 일에 말려들어서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 나를 걱정해 눈을 가려주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려니 집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었다.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누군가가 나와 선생님을 일으켰다. 가려진 눈이 풀려 처음 본 것은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이 우리를 부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사람에게 들리다시피 집 안에서 나왔었다.
그 이후 기억나는 건 부모님의 장례식이다. 나는 몸에 맞는 검은 양복을 입고 부모님의 영정을 모신 영단 옆에 계속 앉아 있었다. 원래라면 어린아이는 장례식에 오지 않는 게 보통인데, 나의 경우는 돌봐줄 친척도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입관할 때 부모님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았는데, 생기 없이 창백한 그 얼굴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장례식을 치를 때 옆에서 나 대신 조문객의 문상을 받아주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어린 나를 거둬 얼마간 키우셨다. 그분은 박수였는데, 내가 좀 더 자라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너희 부모님이 죽은 건 요괴에게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란다. 네가 어려서 자신을 지킬 힘은 없는데 술력은 강하게 나와서 그게 집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이 말을 해주는 이유는 네가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살 수가 없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는 어린 애한테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 지금도 감사함을 느낀다. 어린 내가 술력을 다룰 수 있도록 기초를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는 선조께서 남기신 서적을 보고 부적 술을 스스로 익혔었다.
하지만 그분도 내가 14살이 됐을 때 내 곁을 떠나셨다. 부모님께서 내가 혼자서 오래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제법 모아두셨기에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그분은 떠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너도 혼자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더 돌봐주어야 하는데…. 그래도 내가 네 사주를 보아하니 혼자서 잘 살 수 있다고 나오더구나. …. 나에게도 이래야 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단다."
그 사정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추측해 보건대 그 사람이 모시던 신과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수께서 갑자기 어린아이를 혼자 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혼자 살아야 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부적을 지니고 다녀서인지 위협이 없었지만, 부적의 효력이 다한 중학교 1학년부터는 점점 귀신이 찾아와 주변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술력을 조절할 줄 알기 시작했는데도 이 모양이었다. 단순한 영적인 공격이라면 거짓말이라도 해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한 귀신이 찾아와 물리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어느 봄날, 내가 속해있는 반에 등교했는데 갑자기 운동장과 맞닿아있는 교실의 창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부 다 깨졌다. 같이 있던 애들은 못 봤겠지만, 나는 나에게 몰려오는 셀 수 없는 귀신들을 정면에서 마주쳐 싸워야 했었다. 나는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부적들을 사용하며 학교 안에서 계속 도망치면서 시간을 벌었다. 다행히 협회에 연락이 닿아 도와줄 사람이 금방 와서 나는 귀신에게 몸이 찢기는 일 없이 그 상황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깨달은 상황은 끔찍했다. 내가 도망 다니는 바람에 다른 교실에도 피해가 가서, 대략 6개 교실이 휘말렸고 다친 학생이 수 명은 된 것이었다. 그나마 이른 아침이라 수 명 정도였던 것이지 만약 더 늦은 시간이었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그 자리에서 죽기는 싫었다.
그 이후는 생각도 하기 싫다. 대책 회의에 끌려가서 상황 설명을 해야 했는데, 참가했던 학부모들의 항의에 나는 고개를 숙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 대부분을 써서 해결했었다. 그 덕분에 일은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도망치듯 학교에 자퇴서를 내야 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는 계속 혼자서 지내면서 퇴마사 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집세에 세금, 생활비, 재료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건 별로 없다. 외롭긴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의 일로 인해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도 어려워졌다. 누군가 가까이 있으면 그때 일이 재현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인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색해진다. 그런 다정함을 마주한 건 아주 오래전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깨지는 유리인 것 같이 대한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그의 생각을 모르기에 왜 그러는지 더욱 의심이 들며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다.
온갖 잡생각을 하다 보니 볼이 축축해진 걸 깨닫는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조금 강하게 비벼 눈물을 닦아내고 머릿속을 비운다. 천천히 어둠 속에 몸이 가라앉는 것을 상상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의식이 없어진다.
…….
향에서 나오는 향기와 진의 주문을 들으며 앉아있자니 나도 모르게 차분해졌다. 왠지 모르게 마음의 평온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두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보냈다. 진은 그런 나를 보고 걱정해 줬다. 아직도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 건 어색해하지만, 근본은 착한 아이다. 생판 모르는 이를 집 안에 들이고 걱정까지 하는 게 그 증거다.
나는 부적을 쓰느라 어질러진 거실을 조용히 청소한다. 향을 끄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조심하며 돌려놓는다. 그러고 보니 방에 들어가는 그의 눈에 물기가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본 거 같다. 혼자서 우는 게 아닌가 걱정이 돼 청소를 빠르게 마치고 조용히 그의 방문을 열어 본다. 그의 숨소리가 차분한 걸 보니 다행히 잠든 모양이다.
오늘은 많이 피곤했겠지. 부적을 치는 것은 많은 술력을 필요로 한다. 나는 다시 방문을 소리 나지 않게 신경 써서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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